link  이원구   2021-05-16
10만원짜리 돈

한국 역사상 가장 값비싼 고액화폐는 고려 숙종 때 만들어낸 은병일 것이다. 은병에다 본국의 지형을 그려넣는 것으로 무게가 무려
한 근에 이르렀다.
은병 하나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많이 변동되고 있으나 쌀 15석 안팎, 베 1백필이었으니 요즈음 쌀값 시세로 따진다면 2백만원 권인
셈으로 대단한 고액 화폐가 아닐 수 없다.


은병 만든 규정을 보면 은 12냥 반, 동2냥 반을 합금하게 돼 있는데 동 2냥 반을 넣은 이유는 은병 만드는 공임을 빼기 위해서라 했다.
한데 은병에 합금시키는 동의 분량이 살금살금 늘어나 은병인지 동병인지 모를 지경이됐으며 위조은병이 나돌기도 했다. 유통의 편의를 위해 만든 화폐인데도 워낙 고액이기에 그 자체를 재물시 하여 땅속에 묻어둠으로써 오히려 유통을 저해하는가 하면 도둑이
성하여 더욱 사장을 가속화 시켰다.


근년의 고액화폐로는 대원군이 만들어낸 당백전을 들 수 있다. 경북궁 재건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악전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돈이긴
하나 그 나름대로 명분이 없지는 않았다.


당시 팔도에는 적국 40여 개소에서 제각기 찍어낸 당일전, 당이전의 가벼운 돈이무질서하게 유통되고 있었다. 대원군 집권 후의 일이지만 서울에서 금강산을 여행했던영국 여류탐험가 이사벨라 비숍이 여비로 마련한 영국돈 10파운드 해당의 엽전을 운반하는데 한 마리의 말이 아니면 6명의 인부를 써야했다고 회고되고 있다.


당시 환율이 1불에 엽전 3천2백 개였다 하니 그러할 만하다. 이토록 유통에 불편한가벼운 돈을 유통에 편리하게끔 무거운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것은 실학자인 유형원이며 정약용이 누누이 주장해온 바였다.


이 실학자들과 사상을 같이한 남인파에 속했던 대원군이 당일전의 1백배요 당이전의50배나 되는 당백전을 발행한 데는 이같은 화폐제도의 개혁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결과적으로는 약전으로 타락, 공전의 인플레이션을 야기, 물가만 상승시켜 놓고 만다.
이처럼 고액권 발행에는 그 나름의 이점도 있으나 그에 웃도는 역작용이 항상 따랐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각종 신용카드나 가계수표 등으로 고액거래를 유도하고 있는 정부가 굳이 5만원권, 10만원권의 고액권을 발행할 참이라는데 그것이
몰아올 역작용에 대한 저울질을 해보았는지 모르겠다. 특히 고액권이 나왔을 때 달라질 한국인의 심리 측면에서 그렇다.


위조지폐나 날치기강도 등 범죄유발 위험을 키워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또 도박이나 낭비성 팁, 뇌물값의 단위인상 요인을 유발한다는 지엽적인 측면까지도 저울질해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규태코너 (198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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